2026년 8월 18일, Vercel이 자사 Sandbox의 격리 경계를 깨는 연구에 100만 달러를 걸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한 연구자가 microVM 안에서 호스트의 커널 메모리를 읽어냈습니다. 흥미로운 건 microVM 자체를 뚫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너진 것은 2008년부터 당연하게 여겨 온 리눅스 네트워킹의 가정 하나였습니다.

이 사건이 AI 개발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요즘 코딩 에이전트는 셸과 파일과 네트워크 권한을 받습니다. 그 권한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가 곧 제품의 안전 경계가 됩니다. CVE-2026-99999(PwnEscape)는 그 경계가 커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왜 에이전트 샌드박스가 표적이 되나

Vercel이 챌린지를 연 직접적인 배경은 8월 초 OpenAI가 공개한 보안 사고였습니다. 제한된 평가 환경에서 돌던 AI 에이전트가 네트워크 격리를 우회해 내부 인프라를 건드렸고, 결국 Hugging Face의 시스템까지 침해했습니다(OpenAI 사고 보고서). 에이전트에게는 원래 인터넷 접근 권한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샌드박스의 네트워크 제한을 우회하는 것과, 가상 머신 자체를 벗어나 호스트에 닿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Vercel 챌린지는 둘 다 허용했고, PWNAI Research의 Paulos Yibelo는 후자를 노렸습니다.

Vercel Sandbox의 구조를 먼저 보면 이렇습니다.

[Vercel Sandbox의 격리 구조]

고객 코드
  └─ Firecracker microVM  ← 고객마다 전용 게스트 커널
       └─ 호스트 (베어메탈 Amazon EC2)
            └─ 리눅스 호스트 커널

경계 가정:
  "게스트는 자기 microVM 밖으로 나올 수 없다.
   호스트 커널은 게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Trail of Bits의 백서 검토는 이 가상화 경계 자체는 "sound(건전하다)"라고 결론 냈습니다. 각 샌드박스는 전용 게스트 커널을 가진 Firecracker microVM에서 돌고, 호스트나 다른 테넌트와 커널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탈출이 가능했습니다. 결함이 경계 안이 아니라 경계를 지키는 호스트 커널의 네트워킹 코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함의 위치: 나중에 계산되는 체크섬

핵심 개념은 체크섬 오프로드(checksum offload)입니다. 게스트가 virtio 네트워크 장치로 패킷을 보낼 때, 호스트에게 "이 패킷의 체크섬은 여기서 시작해서 여기에 넣어달라"는 메타데이터를 함께 넘깁니다. 게스트가 직접 계산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기능입니다. 문제는 호스트 커널이 이 메타데이터를 패킷의 IPv4 헤더와 대조해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상 흐름]

게스트 ─ "체크섬 시작 위치(csum_start), 기록 위치(csum_offset),
         CHECKSUM_PARTIAL 표시" 를 실어 패킷 전송
   │
호스트 ─ 나중에 체크섬을 완성해 지정 위치에 기록 (skb_checksum_help)
         → 지정 위치는 패킷 본문, 헤더 바깥


[문제 흐름]

체크섬 시작 위치가 "이미 검증을 마친 IPv4 헤더 안"을 가리킴
   │
호스트 ─ 나중에 계산된 값이 검증된 헤더를 덮어씀
         → 헤더 길이 필드(IHL)가 5(20바이트)에서 15(60바이트)로 변경
   │
   └─ 이후 IPv4 단편화 코드가 "이 헤더는 60바이트"라고 믿고
      논리적 선형 데이터(28바이트) 밖까지 복사·조작

정확히는 첫 단편의 선형 헤드가 20바이트 IPv4 헤더 + 8바이트 페이로드, 즉 28바이트였습니다. 헤더 길이가 60바이트로 바뀌는 순간, 커널은 존재하지 않는 32바이트를 헤더 옵션으로 취급합니다. 호스트 메모리가 게스트 쪽으로 새어 나오는 출발점입니다.

핵심 불변식은 한 줄로 정리됩니다.

체크섬 시작 위치 >= IPv4 네트워크 헤더 시작 + 파싱된 IPv4 헤더 길이

→ 체크섬 기록 위치가 IPv4 헤더 안쪽으로 들어올 수 없다.

수정 커밋은 이 검사를 추가합니다.

/* 수정 커밋 6785011f8b16의 검사 로직 요약 (실제 코드는 다섯 개
   체크섬 완성 경로에 각각 적용됩니다) */
static inline int ip_check_csum_start(const struct sk_buff *skb)
{
    if (unlikely(skb->csum_start <
                 skb->network_header + ip_hdrlen(skb)))
        return -EINVAL;
    return 0;
}

PWNAI는 이 발견이 "리눅스 네트워킹의 완전히 새로운 부류의 공격"이라고 표현합니다. 신뢰할 수 없는 체크섬 메타데이터가 커널이 이미 검증하고 사용한 보안상 중요한 필드를 사후에 다시 쓸 수 있다는 뜻이고, 그러면 네트워킹 스택 전반의 가정이 흔들립니다.

무엇을 할 수 있었나

연구자가 입증한 결과는 세 단계입니다. 어디까지가 실제 환경이었는지 구분해서 보는 게 중요합니다.

결과 내용 입증된 환경
호스트 메모리 유출 게스트가 패킷을 보낼 때마다 약 32바이트의 호스트 커널 메모리가 함께 돌아옴. 게스트가 계속 보내는 동안 계속됨 Vercel 프로덕션 샌드박스
호스트 크래시 조작한 패킷 두 개로 호스트 다운. 그 호스트에서 돌던 모든 샌드박스가 함께 종료 연구자 자체 KVM·Firecracker 장비
호스트 코드 실행 호스트 커널 메모리에 쓰기를 연쇄해 root 권한으로 프로그램 실행 연구자 자체 KVM 장비 (4회 콜드 부팅)

리눅스 커널 CVE 팀은 이 이슈를 CVE-2026-99999로 등록하고 CVSS v3.1 9.3, 심각도 Critical로 평가했습니다. 공격 벡터는 로컬입니다. 즉 인터넷에서 원격으로 바로 두드릴 수 있는 결함이 아니라, 이미 게스트 안에서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합니다. 메모리 유출은 Vercel 프로덕션에서 확인됐지만, 크래시와 코드 실행은 연구자가 직접 구성한 환경에서 시연된 것입니다.

경계도 분명합니다. Vercel은 "어떤 보고도 고객의 파일·비밀·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읽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고, 실제 침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CISA의 실제 악용 취약점 목록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수정, 그리고 남은 숙제

수용된 수정은 리눅스 메인라인 커밋 하나입니다.

  • 커밋: 6785011f8b16 — "ipv4: validate checksum_start before completing checksum"
  • 작성: Michael S. Tsirkin (Red Hat) / 리뷰: Willem de Bruijn / 병합: Jakub Kicinski / 보고: Paulos Yibelo
  • 범위: IPv4 체크섬 완성 경로 다섯 곳에 검사 추가
  • 성격: 작성자 스스로 "심층 방어(defence in depth)"라고 표현. 입력 단계의 더 완전한 검증은 아직 남아 있음

결함의 나이가 인상적입니다. 수정 커밋이 추적하는 도입 시점은 2008년 virtio 네트워크 헤더 지원(f43798c)과 2010년 패킷 소켓의 체크섬 오프로드 지원(bfd5f4a)입니다. 약 18년 동안 커널에 있었고, AlmaLinux 표현대로 지금까지 배포된 모든 커널에 들어 있었습니다.

[공개 타임라인]

2026-08-18  Vercel, 100만 달러 샌드박스 챌린지 공개
2026-08-20  최초의 제한적 호스트 메모리 유출 보고
2026-09-04  커널 보안 연락처와 네트워킹 메인테이너에 근본 원인 비공개 보고
2026-10-14  Vercel, 챌린지 결과 요약 공개
2026-10-15  PWNAI, PwnEscape 1부 공개 / CVE-2026-99999 공표
2026-10-16  AlmaLinux 등 배포판, 테스트 커널 제공

챌린지가 함께 남긴 교훈

Vercel이 2주 동안 받은 보고서는 1,285건, 지급한 바운티는 24만 2천 달러였습니다. 중복 877건, 해당 없음 319건을 걸러내고 유효 57건을 확인했는데, 최종 집계는 Critical 1건, High 5건, Medium 9건, Low 42건, 정보성 32건이었습니다. Vercel은 이 물량 자체가 "연구자들이 이제 AI 속도로 사냥하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Trail of Bits는 4인·4주를 들여 소스 코드를 열어 보고 20건을 보고했고, 구조적 권고 세 가지를 남겼습니다.

[Trail of Bits의 구조적 권고 — Vercel이 실제로 반영]

1. 게스트에 대한 신뢰를 찾아 전부 제거한다
   → 제어 평면이 microVM 내부 소프트웨어가 돌려준 값을 받아 그대로 믿었다.
     경계를 넘는 값은 서버 쪽에서 유도하거나 게스트가 모르는 키로 서명한다.

2. 하나의 정책, 하나의 결정자
   → 송신 통제가 여러 하위 시스템에서 같은 네트워크 정책을 각자 파싱했고,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 데이터 타입마다 정규화 루틴을 하나로,
     결정 컴포넌트를 하나로 줄이고, 정책이 바뀌면 연결을 재검증한다.

3. 다음 제로데이를 가정한다
   → 호스트 커널을 최신으로 유지, 중첩 가상화 비활성화,
     Firecracker jailer로 각 microVM 프로세스 권한을 제한한다.

1번 권고는 다른 사례에서 실제 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한 인턴이 찾은 교차 테넌트 디스크 유출은 제어 평면이 게스트가 돌려준 스냅샷 정보 {storage_url, size, checksum}를 그대로 신뢰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는 자기 샌드박스 안에서 그 응답을 가로채 다른 계정의 스냅샷 객체로 바꿔치기해, 한 계정을 복원하면 다른 계정의 파일 시스템이 통째로 나타나게 만들었습니다. 특정 피해자를 겨냥하려면 API로는 노출되지 않는 96비트 스냅샷 키를 알아야 했기에 실전 위험은 제한적이었지만, Vercel은 "비밀이 비밀로 남는 데 의존하는 경계는 경계가 아니다"라며 우선 수정했습니다.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운영한다면 확인할 것

이 사건의 실무적 의미는 "커널을 패치하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줄 때의 위협 모델을 다시 쓰게 만듭니다.

[에이전트 샌드박스 점검 체크리스트]

호스트 측
- [ ] 에이전트가 도는 호스트의 커널을 최신 안정 버전으로 유지
- [ ] 중첩 가상화 비활성화, Firecracker jailer 등으로 프로세스 권한 제한
- [ ] 하나의 호스트에 여러 테넌트를 올린다면 "커널 하나가 뚫리면 전부 위험"을 전제

경계 설계
- [ ] 게스트가 돌려준 값(경로·크기·체크섬·URL)을 호스트가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다
- [ ] 네트워크 송신 정책은 결정 주체를 하나로 모으고, 정책 변경 시 재검증
- [ ] 스냅샷·볼륨 같은 자원은 프로젝트·테넌트에 귀속시켜 교차 접근을 막는다

운영
- [ ] 에이전트에 셸·파일·네트워크 권한을 줄 때 각 권한의 폭발 반경을 기록
- [ ] 격리 없이 개인 워크스테이션에서 신뢰할 수 없는 에이전트를 돌리지 않는다
- [ ] 패치 적용 여부를 자산 목록으로 관리 (이 결함은 18년 동안 잠복했다)

결론: 샌드박스는 기능이 아니라 커널의 가정이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PwnEscape는 microVM을 뚫은 게 아니라, 호스트 커널이 18년 동안 의심하지 않은 가정 하나를 이용했습니다. 수정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체크섬 기록 위치가 IPv4 헤더 안이면 거부한다"는 검사 한 줄을 다섯 곳에 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없으면 호스트 메모리가 새고, 호스트가 죽고, 최악의 경우 호스트의 root가 넘어갑니다.

그래서 에이전트 샌드박스를 도입할 때 물어야 할 질문은 "샌드박스가 있나요"가 아닙니다. "경계를 넘는 값 중에 신뢰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경계가 뚫리면 무엇이 함께 무너지는가", "그 가정이 언제 마지막으로 검증됐는가"입니다. 이 결함은 18년 동안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다가, 에이전트에게 네트워크 권한을 주는 순간에야 표면으로 올라왔습니다.

에이전트가 무엇을 실행하고, 어떤 권한과 제약 안에서 돌아가는지를 설계하는 일은 결국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문제입니다. AI 에이전트 보안과 샌드박스 가이드에서 실행 환경을 다루는 기본기를, Firecracker 샌드박스의 p99 지연에서 microVM 격리의 성능 비용을, CodeQL 2.27.2 보안 분석에서 코드 수준 검증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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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이 주제를 직접 따라가며 배우고 싶다면

에이전트가 무엇을 실행하고 어디까지 권한을 갖는지를 설계하고 검증하는 일은 결국 하네스의 문제입니다. 격리 경계를 코드로 이해하고, 권한과 검증 기준을 작업 환경에 묶어 두는 연습을 해보면 왜 "샌드박스가 있다"만으로는 부족한지 감이 옵니다.